등산/산행후기

한발 늦은 설악 단풍

乭뫼 2007. 9. 28. 10:14
한발 늦은 설악 단풍
글쓴이 : 돌뫼 번호 : 1309조회수 : 49     2003.10.21 23:40
토욜날 밤8시10분
무박 2일 일정으로 설악산 단풍 산행을 위해
평소에 잘 안 나가던 산사랑이란 산악회를 따라 버스에 몸을 실었다

7시간쯤 버스를 타고
한계령에 도착하니 새벽3시쯤 됐다
한계령 휴게소앞 도로가 벌써 버스와 차들로 꽉차 움직이지를 않았다
한계령에 내려 산악회에서 준비해온 따끈한 시락국에 밥을 말아 김치와 곁들여 먹으니
그 맛이 또한 일품이다
바깥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방풍복을 입고도 오들 오들 떨면서 밤참을 먹고
오색에 도착하니 3시반이다

관광버스만 해도 6~7대쯤 되는 인원을 풀어 등산을 하니 등산로는 손전등 불빛으로
캄캄한 밤을 꼬불 꼬불 수놓고 있었다

그야 말로 사람에 떠밀려 올라갈 정도로 야간산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산행이라기 보다는 관광에 가깝다고 봐야 될것 같다

그러다 보니 산행속도는 낼래야 낼수가 없었다
겨우 겨우 틈을 봐서 양해를 구하며 추월할수 있는 곳에서는 추월하며 올라갔다
그렇게 서둘지 않았으면 정상에서 일출을 보지 못할뻔 했다
가까스로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6시30분
2시간이면 충분할걸 3시간만에 겨우 올라 6시37분 뾰쪼롬이 내미는 일출을
카메라에 담을수 있었다

날씨가 얼마나 춥냐하면
모자챙에 흘러 내리던 땀이 고드름이 맺혔었고

얼마나 많은 인파가 정상에 운집해 일출을 기다리는가 하면
한마디로 물바가지에 깨붙듯 하여 설 자리가 없을 정도 였으니까요

땀에 젖은 옷이라 방한복을 껴 입었어도 오들 오들 떨면서 다녔으며
손구락이 얼어 카메라 샷터 조작이 잘 안될 정도 였답니다

중청대피소에서 2000원짜리 컵라면을 한그릇 사서 김밥 몇개를 줏어 먹고
하산길로 접어 들었다

무너미 고개에서 대청봉까지는 이미 겨울산이였다
잎은 다 떨어지고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았으니...

몇해전에 봤던 그 아름답던 단풍은 찾아 볼수가 없었다
아랫쪽에는 혹시나 하며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오면서 봤지만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천불동 계곡에서 올려다 보이는 각양각색의 기암괴석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오련폭포를 지나 비선대에 당도하니 12시5분이다

오늘 산행은 그야말로 관광이다
구경하며 사진찍어 가며 혼자 슬금 슬금 다녔으니 힘들지는 않아 좋았다

신흥사 주차장에 내려와 버스를 찾아보았으나 보이질 않았다
산행 지도 유인물에 적혀있는 회장단 및 버스기사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를 않았다

단풍도 시원찮은데 메스컴에서 어떻게 떠들었는지 관광버스가 몰려와
소공원 주차장엔 만차가 되여 더 이상 주차를 못하니
버스가 아랫쪽 C 주차장에서 계속 왔다리 갔다리 하며 주기적으로 돌며 사람들을 태우고 있었다

버스 찾느라고 시내버스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택시타고 올라왔으니
아휴~ 왕짜증
단풍 구경도 못하고 짜증이 있는대로 나
산악회 임원들께 잔소릴 좀 했더니
산에서 핸폰을 계속 켜놓아 밧테리 소모가 다 되여 통화할수 없었다며
미안하게 됐다고 어쩔수 없지 않았냐며 이해를 좀 해 달랜다

성질이 나서 못하는 쐬주 몇잔 마셨더니 졸립다
낙산 해수욕장 모래 사장에서 쏴~아 쏴~아 밀려드는 파도 소리들으며
얼큰한 생선 매운탕에 반주 한잔 걸치니 세상이 모두 내것만 같았다

오후 6시쯤 동해의 수평선을 뒤로 하며 귀가길에 올랐다
차 다니는 도로는 온통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영동 고속 도로는 차량 전시장으로 변한채 우리의 발목을 잡고 놓지 않았다
불편한 자세로 주리를 틀며 새우잠을 자며 도착한 시각이 새벽5시10분
곧바로 사우나장으로 가서 피로를 풀고 출근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