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산행후기

[스크랩] 6/24 지리산 당일 종주를 마치고...(2편)

乭뫼 2007. 2. 17. 10:00

 

연하천 대피소에서 부터는 선두 주자인 두 노친네와 함께 동행했다.

맨 앞에 66세 선배님 그다음 60세(순천사시는분) 세번째 58(나) ㅎㅎㅎ

고령자 순으로 한 줄로 가면서 난 사진 찍고 뛰고를 반복하며 산행을 했다.

오래 살아 다리에 힘이 많이 축적되고 단련되여 그런건지 노인네들이

지치지도 않고 엄청 등산을 잘 하신다.

젊은 난 뒤따라 가면서 힘 들다는 말도 못하고 죽을 맛 이였다.ㅎㅎㅎ

 

사진 한장 찍고 나면 같이 가던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ㅎㅎㅎ

사진을 찍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배낭 어깨끈에 매단 카메라 케이스에서

카메라를 꺼집어 내 구도 잡고 셔터 눌러 촬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초 정도 걸린다. 그 10초 동안 같은 속도로 가는 동행인은

30미터 가량을 앞서 가 버린다.

그러고 나면 지친 상태에서 죽으라고 헐떡거리며 뛰어야 같이 갈수 있다.

두세장을 한 장소에서 찍었다하면 상당시간 뛰지 않으면 같이 갈수가 없다

한장 찍는데 30미터 차이가 나면 10장이면 300미터 100장이면 3Km이다

이번 종주때 150장을 촬영 하면서 선두 그룹을 같이 유지를  했으니

4500미터(4.5Km)는 뛰면서 오버 페이스를 하며 갔다는 얘기다 ㅎㅎㅎ

내 정상 걸음 + 오버 페이스(4.5키로미터) = 전 종주 구간 이란 계산이

나오니 내 어찌 녹초가 아니 되리오 ㅎㅎㅎㅎㅎ

 

형제봉을 지날 때 기암 괴석들의 놓치고 싶지 않은 경치들이 펼쳐 지길래

카메라를 케이스에서 연방 꺼냈다 넣었다 하느라 바빴다 ㅎㅎㅎ

연하천 대피소를 출발한지 꼭 1시간 만에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했다(07:20)

벽소령 대피소는 들러지도 않고 그냥 지나쳤다.

벽소령을 넘어가는 임도(지금은 흔적만 있음)가 있는 고갯길에 예쁜 산토끼

한마리가 한가로이 놀다가 낯선이들의 출현에 숲속으로 몸을 감춘다.

 

덕평봉을 힘겹게 오르면서 선비샘에서 쉬어 가자는 말에 힘을 내어 걸었다.

덕평봉(1521)을 넘어 조금만 내려가면 선비샘이 나온다.

선비샘에서 배낭을 벗고 시원한 물을 마시며 잠시 쉬었다(08:00)

물병에 물을 보충한 뒤 다시 길을 걸었다.

칠선봉(1558)을 넘는 길이 지쳐있는 상태인지라 대체로 험한 편이였다.

험한 만큼 경치 또한 좋았다.

사진 몇장을 담다보니 두분을 따라 가기 힘들 만큼 거리가 멀어졌다.

 

영신봉(1651)을 넘어 내려 오니 세석 대피소 옆을 두분이 지나고 있었다.

두분은 세석 대피소도 그냥 지나쳐 가고 있었다.

두분과 합류하기를 포기하고 대피소로 내려가 물을 먹고 물병도 채운 뒤

쉬엄 쉬엄 촛대봉(1703)으로 오르니 두분이 촛대봉 고개 마루에서 앉아

쉬고 있었다. ㅎㅎㅎ(09:50)

혼자 떼어 놓고 가기가 애처로워 보였던 모양이다.

아침밥을 먹은지 4시간 가량 지나다 보니 배가 고파 왔다.

배낭 뒷주머니에 넣어둔 카스텔라와 순천 사시는 분이 준 찹살떡 두개를

먹고 나니 좀 살것 같았다. ㅎㅎㅎ

종아리가 뻐근해 오길래 에어 파스를 꺼내서 양 발 종아리에 뿌렸다.

촛대봉에서 옅은 구름에 쌓인 천왕봉이 바로 눈 앞에 바라 보이니

~~이제 다 와 가는구나 싶어 힘이 생겨 나는 것 같았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 절반을 훨씬 지나 천왕봉이 목전에

있으니 나도 드디어 지리산 종주를 해 내고 있구나 싶어 뿌듯했다.ㅋㅋㅋ

 

우리를 성삼재까지 실어다 준 버스는 여수로 되돌아 가서 아침에 다시

여수에서 토요 명산 회원들을 싣고 와 백무동에 내려주고 그 팀도 하산

지점을 우리 종주팀 하산 지점과 같은 중산리 주차장에 같은 시각에 맞추어

같이 하산주를 먹고 같은 차로 귀가 하기로 되여 있었기에 전화를 해보니

이 시각 현재(10:00) 남원을 지나 백무동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며

우리가 지금 촛대봉에 와 있다고 하니 하산 시각을 백무동 팀에 맞춘

오후5시로 맞춰 천천히 내려 와 줬으면 좋겠단다.ㅎㅎㅎ

우리는 천천히 걸어 가도 4시간 후면 중산리 버스 주차장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면 오후 2시에 도착하게 되는데 3시간을 어떻게 보내란 말인가ㅎㅎ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천천히 가기로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더 쉬고 싶어도 땀이 식어 추워서 어쩔수 없이 다시 배낭을 매고 걸었다.

연하봉(1730) 정상의 바위들이 너무 멋있어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11:00)

 

오늘이 분명 주말인 토요일이건만 다른 때 같으면 등산객들로 붐벼

비켜 지나 가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오늘은 성삼재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

오면서 부부2쌍씩 두팀과 단체인듯한 7명의 등산객을 만난 것이 고작이다.

그것도 세석 대피소 가까이에 와서 만났다.

그런데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니 이곳에는 등산객이 제법 많이 있었다

백무동이나 중산리 쪽에서 올라와 천왕봉에만 다녀 가는 등산객들 이였다.

 

장터목 대피소 의자에 걸터 앉아 방울 토마토로 입을 즐겁게 했다(11:15)

이제 우리는 바쁠게 없었다 있는게 시간이요 남는게 시간이다 ㅎㅎㅎㅎ

남아 도는 3시간을 어떻게 하던 죽여야 하기에..ㅎㅎㅎ

장터목 대피소에서 멀리 희미하게 바라 보이는 반야봉과 중봉 두개의 봉이

마치 여자 아이 젖가슴처럼 봉긋이 솟아 올라 아득히 보인다.

우리가 저 넘어 에서 부터 왔다고 생각하니 정말 내가 생각해도 놀라웠다.

이제는 거이 다 온 것이나 마찬 가지가 아니던가.

점심 시간이 어중간해 점심은 천왕봉에 가서 먹기로 하고 일어 섰다.

장터목 산장에서 부터는 천왕봉을 향해 오르는 등산객이 많았다.

다리도 뻐근한데다 경사가 가팔라 쉬엄 쉬엄 올랐다.

이제 마지막 오름길이니 애껴서 걸어야지……ㅎㅎㅎㅎ

 

제석봉을 오르다 보면 살아 100년 죽어 1000년 이라는 주목들의

생과 사의 현장을 한 눈에 볼수 있다.

고사목들이 앙상한 가지만 남긴체 못된 인간들을 원망이라도 하는듯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꿋꿋이 서서 째려 보고 있는 것 같다.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을 지나 500미터만 오르면 천왕봉(1915m) 정상이다.

이곳 정상은 6월 하순인데도 바람이 몹시 차다.(12:10)

오랫동안 머물러 있고 싶어도 추워서 있을 수가 없어 기념 사진만 남기고

이내 하산 길로 접어 들었다.

정상에서 법계사 쪽으로 300미터 급경사(일명:깔딱고개)를 내려가면 남강의

발원지인 천왕샘이 있다.

천왕샘에서 나오는 물 한 바가지 떠서 먹고

천왕샘 옆 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아 셋이서 점심을 먹었다.

 

다음은 로타리 대피소에서 쉬었다 가기로 하고 일어 섰다.

오르는 길은 다리가 힘이 들어 어렵지만 내리막 길은 무릎 관절에 통증이

오니 걷기가 힘이 든다.

차라리 오르는 길이 낫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두분이 쉬는 동안 이 길을 몇 번씩 오르 내리면서도

무엇이 그리도 급했는지 매번 시간에 쫓겨 법계사 문 앞을 지나치기만 했지

한번도 들어가 구경을 못했었는데 오늘은 남는게 시간 뿐이니까 들어가

사진 몇 장을 담아 나왔다.

법계사는 적멸보궁이라 불상이 없고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사리탑을

보면서 기도 드리도록 법당 뒷벽이 대형 유리로 되여 있고 법당 뒤 바위 위에

세워져 있는 사리탑을 보며 기도 할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13:40)

 

이제 중산리 버스 주차장까지 내려 가는 일만 남았다.

지금 하산하고 있는 이 코스가 천왕봉을 오르는 코스중 가장 짧은 코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이다지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내리막 돌 계단 길을  한발 한발 내딛을 때 마다 무릎에 통증이 왔다.

 

숨을 가쁘게 내쉬며 힘겹게 올라가는 사람과 바꿀수만 있다면 바꾸었으면 싶다.

한걸음 한걸음 통증을 참으며 내딛은 소걸음이 어느덧 나를 중산리 매표소

앞에 까지 옮겨 놓았다.

나이 드신 선배님 두분은 내려 오시다가 계곡물에 씻고 오신다기에 혼자 내려왔다

이곳 부터는 아스팔트 길이니 평지 길은 걸을만 했다. ㅎㅎㅎ

버스 주차장까지도 제법 내려 가야 한다.

주차장에 당도하니 하산주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첫번째 골인 주자였다.(15:10)

장장 13시간동안이나 걸어온  머나먼 길을 아무런 사고없이   

완주를 해 냈다는 성취감에 무릎 통증이 싹~가시는것 같았다.ㅎㅎ

시원한 계곡물에 들어가 알탕을 하고 나니 피로가 엄습해 오며 졸음이 밀려 왔다

지리산 당일 종주 그것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하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출처 : 오두막
글쓴이 : 돌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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